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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소통하기 (1 ) -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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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ink pig 댓글 0건 조회 5,010회 작성일 08-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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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에너지가 대한민국을 바꾼다> “호기심은 지식욕”… ‘테스트 베드’의 메카로

최근 A(47·회사원)씨는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 돌을 씹었다. 공교롭게도 치아 뿌리를 파고든 돌 때문에 이가 부러지는 봉변을 겪은 것. 그 즉시 치과병원으로 달려간 A씨는 치료비로 무려 100만원 이상이 들어간다는 진단을 받았다. 식당 측에 치료비를 청구하는 과정에서 말다툼을 일으킨 A씨는 이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몰라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그의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인터넷 한 포털 사이트에 ‘식당에서 돌을 씹어 이가 부러졌는데 어떻게 할까요’라는 질문을 띄우기 무섭게 10여개의 답변 댓글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사례들도 다양했고, 어떻게 하면 치료비를 받아낼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까지 일러주는 ‘고마운’ 누리꾼들이 줄을 이었다.

한국인만큼 남의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고, 호기심을 나타내는 민족도 드물다고 한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온갖 질문과 댓글들이 이를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최근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후보로 예정돼 있던 고산씨가 이소연씨로 바뀐 과정도 호기심 때문이다. 러시아 측은 “고씨가 규정을 위반하고 두 차례 기술문서를 복사하다 적발됐기 때문”이라면서도 이를 의도적인 정보 유출이 아니라 고씨가 호기심이 강해 조금 더 공부하기를 원했을 뿐이라고 해석했다. 고씨의 훈련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러시아 우주전문가는 “고씨의 지식욕과 호기심, 제한된 프로그램 이상의 것을 알고 싶어하는 욕심이 문제를 일으켰다”고 두둔했다.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새롭게 떠오른 소비자 집단도 한국이 단연 독보적이다. ‘남보다 빨리 신제품을 사서 써봐야 직성이 풀리는 소비자군(群)’을 지칭하는 얼리 어답터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신기술 제품을 먼저 구입, 사용해본 후 인터넷을 통해 그 성능과 특성을 알려주는 사람들로 의미가 확대됐다. 한국 사회의 얼리 어답터 층은 일반인에서 초등학생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그만큼 왕성한 호기심과 ‘넓은 오지랖’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호기심의 나라’인 한국은 덕분에 ‘테스트 베드(test bed)’ 국가로 손꼽힌다. 인텔의 노트북 컴퓨터, 올림푸스와 소니의 디지털 카메라, 도요타의 자동차에서부터 스타벅스의 ‘그린티 라떼’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기업의 히트상품들은 모두 한국인의 손과 입을 최우선적으로 거쳐야 했다. 왕성한 호기심을 가진 한국인의 테스트를 거쳐야 세계적으로도 시장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바야흐로 한국시장이 글로벌 테스트 베드로 자리잡은 것이다.

정보기술(IT) 분야만이 아니다. 식품과 일반 생활용품, 영화산업에 이르기까지 한국시장의 글로벌 테스트 베드화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개봉한 영화 ‘트랜스포머’와 ‘내셔널 트레져2’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는 전세계에서 최초로 한국에서 상영됐다. 올해도 ‘아이언 맨’ ‘쿵푸 팬더’ 등 해외의 주요 기대작들이 세계 최초로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한국이 세계영화 시장에서도 테스트 베드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지적으로 자기과시를 하기 좋아하는 한국인의 욕구와 강한 호기심, 사회전반의 경쟁심리, 유행에 민감한 집단주의 성향 등이 한국시장을 세계의 테스트 베드 국가로 우뚝 서게 한 것이다.

한국인의 왕성한 호기심은 역사적으로 증명된다. 19세기 말 개화기에 한국을 방문한 서양인들의 기록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바로 호기심이다. 제5대 조선교구장을 지낸 프랑스 선교사 다블뤼 신부는 “조선인들은 호기심이 많아 가장 작은 일 하나도 알고 싶어하며, 또 그것을 남에게 이야기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호기심과 참견하기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을 정확히 짚어낸 것. 이 같은 한국인의 호기심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낸 외국인도 있다.

1901년 조선을 방문한 독일인 기자 지그프리트 겐테는 “지금까지 조선을 방문하고 기행문을 썼던 여행자들은 참기 어려운 관심과 지나친 호기심에 대해 불만을 털어 놓았는데 아무래도 충분히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조선 사람들이 놀라우리만큼 호기심이 강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호기심이 방해가 된 적은 없다. 그들의 호기심은 선의의 호의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절대 사람을 해치거나 화나게 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한국인의 호기심에 대한 서양인들의 증언은 21세기에도 이어진다. 한국을 유독 좋아하는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한국인은 호기심에 가득 차 있다. 어린아이 같은 열린 눈과 열린 마음으로 새로움을 추구한다”며 한국인의 호기심을 높이 샀다. 이처럼 호기심과 오지랖 넓은 참견은 한국을 오늘의 위치로 올려놓은 동력 중 한 가지로 작용했다. 선진국의 문물을 재빠르게 흡수, 소화하고 이를 재창조해 독창적인 상품으로 되파는 데는 호기심이 가장 강력한 동력이었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문화 분야에서도 한류 열풍을 일으켜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것도 한국인의 선진문물에 대한 호기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면에는 호기심을 통해 그들의 취향과 습성을 정확히 간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 문화일보 김영번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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